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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엔드게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메이웨더

"신이 창조한 완벽한 한 가지는? 바로 내 전적이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4·미국)는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 답했다. 그의 소셜미디어(SNS)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사치품을 두른 일상이 올라온다. 허세와 허언으로 가득한 것 같지만, 메이웨더는 진짜다. 그는 슈퍼페더급부터 슈퍼웰터급까지 5체급을 석권하며 50전 50승(27KO)을 기록한 뒤 2017년 은퇴했다. 전적만큼 위대한 건 그의 수입이다. 2019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최고 수입을 기록한 운동선수’ 1위가 메이웨더(9억 1500만 달러·1조원)였다. 은퇴한 지 4년이 지났어도 메이웨더는 링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복싱 시범경기에 나섰다. 상대는 2300만명 팔로워를 가진 유튜버 로건 폴(26·미국)이다. 폴(188㎝·86㎏)은 메이웨더(173㎝·66㎏)보다 더 크고 젊다. 그래도 프로 전적 1전(1패)뿐인 초짜다. "신이 내린 재능"이라는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 같았다. 경기 전 메이웨더는 "내가 원할 때 경기를 (KO로) 끝낸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2017년 종합격투기 UFC 스타 코너 맥그리거를 그렇게 '폭행'한 뒤 은퇴했다. 메이웨더와 폴의 복싱 경기는 체급차로 인해 정식경기로 승인 받지 못했다. 어차피 목적이 돈이기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메이웨더는 패하더라도 신이 창조한 전적을 지킬 수 있었다. 폴에게도, 잃을 게 없는 경기였다. 이 대결에서 메이웨더는 폴을 KO 시키지 못했다. 경기 후반 메이웨더가 지친 폴을 압박했으나, 끝내 그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결국 8라운드까지 KO가 나오지 않자 이 경기는 규정에 따라 무승부로 기록됐다. 폴은 마치 챔피언이 된 것처럼 기뻐했다. 경기 후 메이웨더는 "폴은 나보다 훨씬 컸고 훌륭한 선수였다. 그가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복싱의 신'을 자처한 그답지 않게 초라해 보였다. 두 선수 다 링에서는 이기지 못했지만, 사업에서 이겼다. 메이웨더는 1억 달러(1100억원), 폴은 1400만 달러(150억원)를 대전료로 받는다. 각종 부가수입도 따를 것이다. 이 대결은 복싱이라기보다는 머니 게임이었다. 메이웨더는 2018년 말 일본 격투기 유망주 나스카와 텐신과 복싱 시범경기를 벌여 희롱하듯 KO승을 거둔 적이 있다. '머니 파이트'라면 뭐든 할 수 있음을 또 보여줬다. 아마추어 복서 시절부터 '기본기의 신'이라 불린 메이웨더는 비스듬히 서서 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흘려보내는 '숄더 롤' 기술을 완성했다. 그보다 뛰어난 그의 테크닉은 흥행을 만드는 능력이다. 일부러 악역을 자처하고, 트래시 토크를 서슴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게 돈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돈을 잘 벌고, 또 잘 쓰는 메이웨더의 별명은 '머니'다. 빈민가에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내 아이들, 그들의 아이들은 나처럼 고난의 눈물을 흘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난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딘다"고 했다. 은퇴한 뒤에도 메이웨더는 '돈 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늘 그의 계산대로 됐지만, 폴과의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메이웨더의 SNS에는 '복싱과 엔터테인먼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문구가 있다. 과거의 완벽한 전적을 기반으로 그는 현재 최고의 돈벌이를 한다. 그의 미래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한, 새로운 쇼 비즈니스를 찾을 것이다. 유튜버와 대결한 그를 보고 새삼 궁금해졌다. 그는 왜 돈을 잘 벌까? 그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메이웨더는 이미 이 같은 답을 남긴 바 있다. "난 모든 돈을 합법적으로 벌었다." "날 좋아하는 이들은 내가 이기는 걸 보기 위해 돈을 낸다. 날 싫어하는 팬들도 내가 지는 걸 보기 위해 돈을 낸다."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1.06.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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